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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) 배경

 

1980년대 마지막 몇 년은 세계의 곳곳에서 냉전체제 붕 괴의 파열음과 함께 저물어갔다. 1988년 9월 27일 소련의 세 바르드나제 외상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“이데올로기가 더 이 상 국제관계의 기본원리가 될 수 없다”며 소련 외교의 탈이념 화를 선언하였다. 뒤이어 1988년 11월, 당시 영국 총리 마가렛 대처는 ‘냉전은 끝났다’고 선언하기에 이른다. 또한 1989년 동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 변혁이 가속화되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 짐에 따라 12월 2일 미소 양국이 몰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마 침내 냉전의 종식을 선언하였다. 정확히 말하면 냉전은 공산 주의와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대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.

 

 

2) 내용 및 경과

 

영국의 아치 브라운, 미국의 부르스 러셋 등 국제정치학 자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, 냉전체제는 몇 가지 계기가 연속적 으로 작용하면서 급격히 해체되었다.

 

첫째는 1985년 소련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등장 과 함께 시작된 소련 개혁·개방의 영향이다. 그는 소련의 개혁 (페레스트로이카)과 개방(글라스노스트)을 추진했다. 당초 그 가 추구했던 개혁은 기존 체제 틀 안에서 추진한 제한된 것이 었지만, 1988년 여름 소련공산당 19차 회의에서 입법기관 구 성을 위한 자유선거를 결정한 이후부터는 통제할 수 없는 수준 으로 발전했다. 1989년 3월 실시된 자유선거에서 많은 공산당 후보가 패배하고, 자유주의자들과 급진주의자들이 대거 당선 되면서 고르바초프가 의도했던 ‘위로부터의 혁명’은 성공 가 능성이 줄어들고, 대신 대중에 의해 주도되는 ‘아래부터의 혁 명’으로 소련 개혁의 흐름이 바뀐다.

 

둘째, 내부 경제의 몰락으로 소련이 주변 위성국가에 대 해 예전과 같은 통제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. 기본적으로 중 공업과 집단농업에 의존하던 소련의 중앙계획 경제는 기술 혁 신과 자본·상품·정보의 자유로운 이동에 기반을 둔 시장 경제 와 경쟁이 되지 못했다. 악화일로를 걷던 소련 경제는 아시아·아프리카, 그리고 중동 및 동유럽에서 동맹 유지에 필요한 군 사적·경제적 지출의 부담을 더 이상 질 수 없도록 만들었다. 결 국, 소련은 아프가니스탄·헝가리·체코슬로바키아 등에서 철 수할 수밖에 없었고, 이와 같은 조치는 다시 냉전체제의 붕괴 를 가속화시켰다.

 

셋째, 냉전체제의 해체는 미국의 적극적인 대소 봉쇄 노 력의 산물이기도 하다. 지미 카터 행정부 후반부와 그에 이은 레이건 행정부는 앞선 과학기술 능력을 바탕으로 첨단 무기 를 개발·배치하여 북대서양조약기구(NATO)의 군사적 능력 을 강화하여 소련을 압박했다. 동시에 아프가니스탄, 앙골라, 캄보디아, 니카라과 등 친소 국가의 반정부 세력들을 물질적, 군사적으로 지원했다. 소련은 이들 제3세계 국가에서 미국의 활동을 막기 위해 상당한 출혈을 감내해야 했고, 이것이 한계 점에 도달하자 미국과의 경쟁을 포기했던 것이다. 소련이 물 러나자 미국은 이번에는 소련의 약점을 악용하는 방식이 아닌, 소련의 제안을 수용하는 방식을 추구함으로써 소련 내의 자유 화를 촉진시켰다.

 

넷째, 정보의 확산 또한 ‘철의 장막’을 걷히게 해 냉전체 제 해체에 일조했다. 이전까지 냉전체제하에서 공산주의 국가 는 외부 세계와의 접촉이 차단되었거나 극히 제한되어 있었다. 따라서 번영하는 시장경제나 정치적인 자유의 실상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.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오면서 동독의 경우, 대 부분의 주민들이 서독의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자유민주주 의와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. 이것이 바 로 1980년대 말 동독 주민의 서독으로의 대량 탈출 사건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.

 

냉전체제 해체에 대한 남북한의 반응은 상이하게 나타 났다. 우리 정부는 자신감을 갖고 이른바 북방정책 등 적극적 인 정책 수단을 통해 공산권 국가들과 수교하려는 노력을 가 속화하였다. 또한 북한에 대해 민족공동체를 회복시켜 나가기 위한 협조자요 동반자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게 되었다. 우리 정부는 유리한 국제정세를 업고 과거와 같이 피해의식에 서 비롯된 회피적인 태도를 벗어나 남북관계 개선에도 전향적 인 입장을 갖기 시작하였다.

 

북한은 냉전체제의 해체가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귀결됨 에 따라 중국과 소련 등 동맹들이 한국과 가까워지려는 움직 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, 한편으로는 체제 내부의 동요 를 막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였다. 북한은 대외경제협력 기반 이 무너지고 심각한 경제파탄 현상에 직면하면서 체제생존에 급급해 했다. 이로 이해 대남정책에서도 그들의 우려와 불안감 이 나타나면서 수세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로 변화해 갔다. 세계 적인 탈냉전 시대의 도래가 남북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계기 를 마련해 준 것이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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